60년 전통 제약회사 ‘한독’ 김영진 회장… “3년간 1000억 신규투자 토털 헬스케어로 재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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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투자 늘리며 체질 바꿔… 바이오벤처사와 신약 공동개발
2013년 매출 3279억-영업익 74억

2013년 10월 제네릭(복제약) 분야 세계 1위 기업 테바와 합작사 설립, 올 2월 관절 치료제 ‘케토톱’으로 유명한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문 인수, 4월 바이오벤처 제넥신의 최대주주로 등극….

60년 전통의 제약업체 한독이 최근 1, 2년 새 보인 행보다. 국내 제약기업으로는 드물게 수백억 원대 인수합병(M&A) 및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영진 한독 회장(58·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각종 신규 투자에만 3년간 약 1000억 원을 들였다”며 “글로벌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한독 3.0’ 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독은 7월 1일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1954년 창업주 김신권 명예회장이 연합약품을 창립한 것이 ‘한독 1.0’, 1964년 독일 훽스트와 합작하며 본격적인 제약 산업에 뛰어든 게 ‘한독 2.0’이라면 합작관계를 정리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2012년 이후 한독 3.0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에는 아예 사명(社名)에서 ‘약품’을 빼고 한독으로 탈바꿈했다. 김 회장은 “합작관계를 정리한 뒤 ‘그렇게 오랜 기간 합작형태였던 회사가 홀로 잘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인 얘기를 들을 때면 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미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줄곧 ‘도전정신’을 갖출 것을 주문해왔다. 활동무대도 해외로 넓혀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한독테바 설립,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문 인수 등 M&A 및 투자에 공을 들여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숙취해소음료 ‘레디큐’를 내놓으면서 건강음료 시장에도 진출했다. 김 회장은 특히 레디큐 개발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의약품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보니 자꾸 약효에 집중해 한약 같은 음료만 가지고 오더군요. 그래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약이 아닌 건강음료’라고 수차례 강조했지요.”

한독은 이 밖에도 환자들을 위한 영양식이나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은 3279억 원, 영업이익 74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13위에 포진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이 한창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60년 동안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고 태평양제약 인수 때도 전 직원의 고용을 승계했다”며 “노조 결성 이래 40년간 한 번도 노사 분규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우리의 자랑”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제약회사 본연의 길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김 회장은 “핵심 사업은 역시 의약품”이라며 “경쟁사보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은 연구개발(R&D)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 제넥신에 지분 투자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넥신과 공동 개발 중인 성장호르몬 결핍 관련 치료제는 올해 두 번째 단계의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합작관계가 정리되면서 모든 장애물은 사라지고 이제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며 “질병 예측, 예방, 진단, 치료 등 건강증진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창규 kyu@donga.com·김성모 기자
#제네릭#복제약#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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