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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합작사 벗어나 제2의 창업 매진 김영진 한독 회장 | ‘강황’ 열풍에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 기대 숙취해소제 ‘레디큐’로 中여성 사로잡아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17.01.23 13:23:27
  • 최종수정 : 2017.02.03 09:51:02
“무슨 일이지?”

지난해 김영진 한독 회장(61)은 레디큐 주문 쇄도에 깜짝 놀랐다. 레디큐는 한독이 강황을 소재로 내놓은 숙취해소제다. 마시는 형태인 ‘레디큐 드링크’와 씹어먹는 젤리 형태인 ‘레디큐-츄’ 2종류를 내놨는데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중국인이 한국을 찾아 꼭 사가는 ‘머스트-바이’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것. 한 편의점 브랜드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인이 은련카드로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을 꼽아보니 ‘레디큐’였다. 레디큐는 중국인, 특히 맛을 중시하는 여성 사이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기 제품으로 떠올랐다. 2014년 처음 선보인 이후 2015년 매출이 3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 총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말 기준 800만병에 달한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숙취해소제로는 유일하게 국내 면세점에 입점했다.

김영진 회장은 “편의점에서 주문이 갑자기 늘었을 때 중국인들이 가방에 한가득 사서 갖고 간다는 말을 듣고 명동을 직접 가보기도 했다”며 “레디큐를 내놓으며 이 제품이 성공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중국 여성이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2012년 외국계 제약사와 합작을 정리하고 홀로서기에 나선 김 회장은 독자생존을 위한 투자에 매진해왔다. 실적이 하락했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에 성공하며 퀀텀점프의 계기를 만들어냈다. 그는 “슈퍼푸드 인기가 높은 ‘강황’ 시장을 사로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956년생/ 연세대 경영학·미 인디애나대 MBA/ 1984년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부장·독일 훽스트 파견근무/ 1996년 한독약품 사장/ 2002년 한독약품 부회장/ 2006년 한독 회장(현)

1956년생/ 연세대 경영학·미 인디애나대 MBA/ 1984년 한독약품 경영조정실 부장·독일 훽스트 파견근무/ 1996년 한독약품 사장/ 2002년 한독약품 부회장/ 2006년 한독 회장(현)



Q . 숙취해소제 레디큐 인기가 높습니다. 전문의약품 기업으로서 일반식품 레디큐를 출시한 배경이 있습니까.

A 레디큐는 강황에서 추출한 커큐민이 주원료입니다. 강황을 상품화한 사례가 없어 도전에 나섰고 맛까지 좋은 숙취해소제를 만든 겁니다. 중국인이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솔직히 예상 못했습니다. 강황이 중국인에게 익숙한 성분이기도 하고, 쫄깃한 식감이 중국인 입맛과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금빛으로 디자인했는데 중국인이 선호하는 색이라는 점에서 맞아떨어졌다고 봅니다. 중국에서는 신제품 출시 이후 3개월 내 가짜가 나와야 성공했다는 말이 있어요. 레디큐 모방 제품이 3개월도 안 돼 속속 등장한 걸 보면 어느 정도 자리매김했다는 생각입니다.

Q 강황이라는 원료가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A 시중에 건강기능식품이 넘쳐납니다. 저희도 전문의약품 외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고 소재 개발에 착수했죠.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빼고 찾아낸 것이 강황입니다. 강황은 카레의 원료로 알려져 있는데 슈퍼푸드로 불릴 만큼 건강에 좋죠. 알츠하이머와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강황이 인기이기 때문에 한국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어도 승산이 있으리라고 봤어요. 강황이 흡수가 잘 안 된다는 게 문제였는데 이 부분을 극복했죠. 레디큐는 ‘맛까지 있는 숙취해소제’라는 별칭이 붙으며 매출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

한독은 지난해 말 211억원을 투자해 일본 기능성 원료회사 테라벨류즈를 인수했다. 테라벨류즈는 ‘레디큐’의 원료 개발·공급처다. 테라벨류즈를 사들인 것은 강황 공급망을 확실히 구축하고 해외 진출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도에서다. 테라벨류즈는 일본 시장은 물론 북미 시장과 한국 등 11개국에서 B2B 사업을 벌이고 있다. 총 매출 80% 이상이 해외 수출이고 일본에서 건강식품, 음료, 캔디 등 다양한 형태로 제품을 판매 중이다. 강황뿐 아니라 식물성 영양물질 루테올린, 감귤 원료로 폴리페놀 일종인 노빌레틴 등 차별화된 기능성 원료를 개발하고 있다. 한독은 테라벨류즈 인수로 중국 등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Q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 개발에 공 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제약회사가 전문의약품을 개발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투자를 엄청나게 해야지요. 또 신약 라이선스가 끝나면 복제약이 쏟아져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현금을 창출하기 위한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일반식품 개발이 필요합니다. 제약사들이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일반 음료 시장까지 뛰어드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어쩌면 한독도 우리나라 대표적인 소화제로 명성 높았던 일반의약품 ‘훼스탈’을 갖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전문의약품 의존도를 줄이고 토털 헬스케어 컴퍼니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Q 지난 몇 년간 투자를 많이 하셨는데요. 실적이 좋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A 먼저 지배구조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한독은 1954년 연합약품이 모체입니다. 1957년 독일 훽스트(현 사노피)와 기술제휴 협정을 맺고 그해 국내 최초 정제형 소화제를 수입 판매했죠. 1959년부터 국내 공장에서 자체 생산했습니다. 1967년 뤠브케 전 독일 대통령이 한독약품 공장을 전격 방문해 故 김신권 전 사장(김영진 회장 부친)을 만나 화제가 되기도 했죠. 한독은 독일 제약사와 오랜 기간 합작법인으로 운영해왔는데 2012년 외국계 기업과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며 홀로 서게 됐습니다. 2013년 이름도 한독으로 바꿨습니다.

이후 투자는 독자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었습니다. 2012년 성장호르몬제 바이오벤처 제넥신의 지분을 사들인 게 첫걸음이었습니다. 2013년 한독테바를 세웠고 2014년 600억원을 들여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으로 알려진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를 인수했습니다. 2015년에는 저항성 고혈압 치료용 의료기기(디넥스)를 개발하는 한독칼로스메디칼을 설립했고 지난해 바이오칩 전문기업 엔비포스텍에 추가 투자하며 총 100억원을 지분투자했지요.

회사 기초체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한독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에 성공하며 분위기가 돌아섰다고 봅니다. 레디큐 성공이 좋은 사례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을 시작한 지 5~6년 남짓인데 200억원 매출 돌파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제넥신에는 330억원을 투자했는데 제넥신 지분 30% 가치는 2000억원을 넘어섭니다. 매출도 지난해 4000억원에 육박했는데요.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Q 올해 기대하는 성과는 무엇입니까.

A 지난해 제넥신의 지속형 성장호르몬제(GX-H9)의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발표해 호평받았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습니다. 올해 2상이 잘 끝나리라 봅니다. 신물질이 아니라 2상에 성공하면 3상에서 실패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레디큐는 본격적으로 중국으로 판매망을 넓힐 생각입니다. 한미 간 사드 배치 결정 반발에 중국이 제재에 나서는 분위기가 아쉽습니다만, 레디큐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올해 하반기 생산공장을 완공하는 케토톱도 순항하리라 보고요. 이렇게 잘 성장한다면 올해 4370억원대 매출을 기대합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이 목표입니다. 한독 임직원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 나서는 벤처에서 근무한다고 생각하고 일합니다. 저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기반이 탄탄한 벤처니까 안심하고 도전적으로 일하라고 주문하지요.

Q 한독은 복지가 좋은 기업으로도 유명합니다.

A 아마 한독이 직원 무료 점심, 자녀 장학금 제도를 거의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회사일 겁니다. 제 첫 직장이 독일 훽스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독일에서 근무하며 현지 기업문화를 살펴본 것이 도움이 됐죠. 일할 때 밀도 있게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는 문화를 안착시키려 합니다. 또 투명한 경영문화도 실현시키고요.

Q 한국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A 신약 개발은 어려운 과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미국, 스위스를 제외하면 자국 신약 비중이 해외 신약보다 더 높은 나라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신약을 쏟아내기는 어렵죠. 다만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단 한 개의 신약이라도 배출되면 의미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야 합니다. 한국에서만 승부를 걸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습니다. 저희는 새로 인수한 케토톱과 각종 강황 제품을 앞세워 세계로 뻗어나갈 생각입니다. 우선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를 볼 생각입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93호·설합번호 (2017.01.25~0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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