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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노인 치매발병률 세계 최저…카레에 많은 `커큐민` 드세요

김윤진 기자
입력 : 
2018-06-03 17:43:11
수정 : 
2018-06-03 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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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뇌 석학 스몰 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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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치매 연구 중심이 알츠하이머가 이미 진행된 환자 치료보다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를 미리 예방·관리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달 말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한 세계적인 뇌과학자 개리 스몰 미국 UCLA 노화연구소장의 말이다. 화이자, 머크, 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가 잇달아 치매 치료제 개발 포기를 선언할 정도로 치매 치료제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치매도 당뇨처럼 사전에 관리해야 하는 질병으로 글로벌 치매 연구 트렌드가 확 바뀌고 있다고 스몰 소장은 설명했다. 스몰 소장은 170년 전통의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선정한 세계 과학기술 분야 개척자 50인 중 한 사람으로 노화 분야 전문가이며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를 주로 연구한다.

경도인지장애란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 정도로 비슷한 연령대보다 기억력이 떨어지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스몰 소장은 "누구나 45세를 넘기면 20대에 비해 기억력이 저하되는데 그 속도가 평균보다 빠른 경우를 경도인지장애로 진단한다"며 "대다수 치매 환자가 초기 증상으로 경도인지장애를 앓는데 이때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치매 증상 시작을 늦추고 뇌 기능도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가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골든타임'이라는 얘기다.

제약사들의 거듭된 임상 실패로 알츠하이머 원인을 둘러싼 기존 가설이 흔들리는 것도 치매 치료보다는 예방 관리 쪽에 방점을 찍는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스몰 소장은 밝혔다.

스몰 소장은 "글로벌 제약사가 지난 16년간 100개가 넘는 후보물질로 임상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치매 치료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약은 단 네 개뿐이고, 그마저도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데 그친다"며 "제약사들도 이제 치매 환자가 아니라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거나 정상 노화로 건망증이 심해진 노인들로 아예 환자 타깃을 변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약계와 학계는 뇌 속에 쌓여 서서히 인지 기능을 망가뜨리는 독성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를 알츠하이머 주범으로 지목해 왔다. 이 때문에 이 단백질의 축적을 막아 치매를 정복하려는 시도가 잇따랐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몰 소장은 "지난 수십 년간 알츠하이머 연구 방향이 오로지 베타아밀로이드를 줄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왔는데 최근 이게 치매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베타아밀로이드는 여전히 치매를 정의하는 주요 특징 중 하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접근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스몰 소장은 경도인지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이 필요하고 기억력 훈련과 증진을 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 예방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카레에 포함된 강황 주성분인 '커큐민'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뇌 스캔영상을 촬영한 결과 커큐민을 장기 섭취한 사람들의 뇌에서 세포를 손상시키는 염증이 줄었고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등 유해 단백질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스몰 소장은 "인도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발병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데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며 "원래는 항염제를 이용해 경도인지장애 예방 효과를 입증하려 했는데 항염제 부작용이 워낙 심해 안전한 물질을 찾던 중 카레에 들어간 커큐민 성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스몰 소장이 2017년 런던에서 열린 '국제 알츠하이머학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51~85세 남녀 40명을 대상으로 18개월간 커큐민(테라큐민)을 섭취하도록 했더니 위약을 섭취한 경우보다 기억력, 주의력, 우울감이 모두 개선됐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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